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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라딘의 관용
김형태 박사(한남대학교 총장)
 
한혜림 편집기자   기사입력  2012/09/26 [11:12]
▲ 김형태 박사(한남대학교 총장)     ©편집국

성경에 관용(寬容 : gentle, kind, patience)이란 용어가 8번 나온다. (행24:4, 롬9:22, 고후10:1, 빌4:5, 딤전3:3, 딛3:2, 약3:17, 벧전2:18) 쉽게 말해 ‘지는 게 이기는 것이다.’, ‘참을 忍자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 ‘보복은 보복을 불러온다.’는 말과도 통한다.
 
관용이란 말은 인내ㆍ온유ㆍ다투지 아니함ㆍ비방하지 아니함ㆍ화평ㆍ양순ㆍ선함 등과 병행하여 쓰이는 것으로 보아 아름답고 선한 고품격 덕목임에 틀림없다. 산상수훈의 8복 중에도 온유한 자는 땅을 차지할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泰山無言이나 上善若水, 柔能制剛 같은 말도 그 함의는 비슷한 내용이다. 이런 원리를 증명하고 있는 살라딘(아랍어로는 살라흐 앗 딘)의 관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옛날 예루살렘은 기독교인과 유대교인과 무슬림이 서로 이웃하며 사이좋게 지내던 도시였다.
 
그러나 1차 십자군 전쟁 때인 1099년 예루살렘을 점령한 십자군은 무슬림과 유대인의 모든 재산을 빼앗고, 집들을 불태웠으며 이슬람 사원과 유대인 성지까지 무자비하게 파괴하였다. 무슬림과 유대인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씨를 말리려는 듯 잔인무도하게 학살하였다.
 
어린아이들의 머리를 창끝에 꽂아 매달기도 했고 노인과 여자들을 고문하고 불태워 죽이기도 했다. 그래서 예루살렘의 시가지 곳곳에는 피의 강이 흘렀다. 십자군의 이같이 잔인무도한 만행은 결과적으로 전체 무슬림의 단결과 지하드(聖戰)를 부추겨 그 후 90년 뒤인 1189년 이슬람 연합군은 하틴전투에서 기독교 왕국을 궤멸시키고 예루살렘을 되찾게 되었다.
 
당시 이슬람 연합군을 이끈 총사령관이 이슬람 역사상 최고의 영웅인 술탄 살라딘이었다. 그는 키가 작고 가냘픈 몸매에 단정하게 수염을 기른 사색적인 인물이었다. 겸손하고 인정이 많으며 절제의 미덕을 갖춘 자였고 하루에 한 끼 저녁식사만 할 만큼 검소하고 소박한 사람이었다.
 
또 시와 예술과 학문을 사랑했고 사람을 함부로 죽이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기독교의 신앙까지도 존중할 줄 아는 관용의 황제였다. 그는 2차 십자군 원정에서 예루살렘을 탈환한 뒤 복수의 혈전을 벌이지 않았다. 물론 이슬람의 몇몇 과격파 제후(‘아미르’)들은 예루살렘 거리에 기독교인들의 피가 흐르기를 바랬다.
 
하지만 살라딘 황제는 “우리들은 모두 성경의 사람들이며 이 도시는 성경을 믿는 모든 사람들의 것”이라는 말로 그들의 분노와 복수심을 잠잠하게 하고 기독교인들의 두려움을 가라 앉혔다. 기독교인들이라도 이슬람으로 개종만 하면 조건 없이 받아들였고 그들의 재산이나 가족의 생명도 보장해주기로 하였다.
 
개종하지 않을 경우에는 전 재산과 가족을 데리고 예루살렘을 떠나라고 지시했을 뿐이다. 이후 살라딘은 인류 역사에 심어 놓은 관용의 대명사로 영원히 남아있게 되었다. 천년이상 시간이 흘렀어도 인류 역사는 그의 관용을 잊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현재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지구상의 여러 분쟁지역에서 숨진 희생자들과 부상당한 사람들, 고통 받고 있는 난민들과 고아들을 생각해본다. 중국 공산당 역사를 보아도 장재석이 이끄는 국민당 소속원들은 일반시민이나 농민들을 무시하고 약탈하여 민심의 지지를 잃었는데 모택동의 공산당은 가는 곳마다 사람들을 존중하고 민폐를 끼치지 않았으며 화장실도 남녀 각각 구분하여 멀리 떨어지게 함으로 성폭력 같은 불상사를 철저히 예방하였다.
 
그 결과 일반국민들 사이에 지지와 호감을 확보했고 결국 공산당이 승리하게 된 것이다. 오늘날도 이러한 원리는 똑같이 적용된다. 국민들을 섬김의 대상으로 여겨 존중하고 무시하지 않으며 귀기울여 듣고 민생문제를 국민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도와주고 해결해주려는 관심과 노력이 중요하다.
 
이것이 국가경영지도자들의 리더십인 것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는 말은 선거 전 지지를 호소할 때와 선거 후 당선된 뒤의 태도가 하늘과 땅 차이 같음을 가리킨 말이다. 그는 진정한 리더가 아닌 것이다.
 
우리는 Helper를 뽑았지 Ruler를 뽑은게 아닌데 그들은 이 역할을 혼동ㆍ착각ㆍ뒤집기 하는 것이다.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 이 역사의 고리를 끊으려면 누군가가 용서를 해야한다. 용서는 용기 있는 자만 할 수 있는 것이다. 과거보다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만 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지도자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5.16이 어땠냐?
 
박정희 대통령이 어땠냐?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어땠냐는 것이 주요 쟁점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후보군에 오른 사람들이 그들과 혈연 또는 정치적 동반자 내지는 참모역할을 한 경험들이 있겠지만 그것은 과거의 일이니 참고사항 정도로 봐야지 그것으로 굴레를 씌우고 가두어서 박정희,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들이 다시 생환하여 경쟁을 벌이게 해선 안될 것이다.
 
오히려 앞으로 각 후보들이 국가경영과 민생문제 해결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를 물어 보아야 할 것이다. 과거 경력으로 올무를 삼는다면 태어나서 최근 몇 개월 전까지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에서 살다가 귀국한 사람이 제일 유리하지 않겠나? 과거 경력으로 얽매일게 없을 테니까 말이다. 한국정치와 선거장에서 살라딘처럼 더이상 과거에 매이지 말자고 주장하는 관용의 분위기가 조성될 순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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